심학봉 전 국회의원이 26일 구미시에서 개통한 국가 5단지 진입도로 전격 개통을 축하하면서 국가 5공단의 그 날의 기억을 경북인터넷뉴스 투고를 하였다.
다시 5공단을 생각하며, – 2008년 3월 구미, 그날의 기억
2008년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마친 직후 나는 청와대 산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임명되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해 3월 초, 중앙부처 대통령 업무보고를 ‘지방’에서 실시하기로 결정되면서 첫 번째 보고 대상이었던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 장소를 검토하는 일이 내게 주어졌다.
의전비서관실과 정무라인은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나는 ‘지식경제부’라는 부처의 상징성과 실질적 산업 기반을 고려해 삼성전자가 위치한 구미를 보고했다. 울산, 창원, 구미 중 마지막에 살아남은 곳은 구미였다. 그리고 3월 17일,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강당에서 대통령 업무보고가 열리게 된다.
그 결정이, 훗날 구미 5공단의 시작점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구미에서 대통령께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
보고 장소가 구미로 결정되자, 나는 곧바로 구미전자고 총동창회장에게 연락을 취해 대통령 방문 사실을 알리고 남유진 당시 시장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단 이틀 만에, 남유진 시장과 김성조 의원이 해평면 일대 200만 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정리해 들고 상경했다.
그 자리에서 이들은 경제수석에게 “기업은 언제 투자를 결정할지 모르기 때문에, 먼저 부지를 조성해놓는 것이 선제적 유치 전략이다”라는 논리를 폈고, 이는 수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구미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숙원 사업이라는 점도 분명히 전달되었다.
대통령의 ‘침묵’, 언론의 ‘속보’
다만, 대통령 업무보고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과도한 건의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지자체장은 공식 참석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남유진 시장, 김관용 도지사는 당일 2층 복도에서 환담의 기회를 가졌다. 공식 보고는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서 시장은 대통령께 5공단 조성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언론은 “구미 제5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을 주요 기사로 타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대통령이 현지에서 약속한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3월 18일, 대통령 말씀자료를 준비하는 행정관이 나에게 “대통령께서 5공단 조성을 약속하신 게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직접 여쭤보시죠. 아마 현장 분위기상 그런 취지로 들렸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며칠 후, 대통령의 공식 지시사항으로 ‘구미 제5공단 조성’이 하달되었다. 지식경제부가 본격적으로 실무에 착수했고, 조성 계획은 기존 200만 평에서 300만 평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개발 대상지에 대규모 문중 묘지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된 결과였다.
16년 후, 다시 그 길 위에 서며
당시 해평면장이던 공무원은 현재도 구미시에서 근무 중이다. 그 역시 이 과정의 산증인이다.
2024년 6월 26일, 드디어 구미국가산단 제5단지 진입도로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길이 뚫리기까지 16년.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도시가 꿈을 꾸고, 기다리고, 준비해왔다는 사실에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언론에는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 대통령이 말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전달된 의지, 공식 발표 전에 시작된 도시의 약속들, 누군가는 그런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남긴다.
당시엔 조심스럽고 미완의 제안이었지만, 오늘날 구미 5공단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또 다른 심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여정을 함께 지켜보며, 진심으로 구미 5공단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