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TX는 구미에 서지 않았는가.”
오랫동안 반복돼 온 이 질문은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구미는 KTX를 놓친 도시가 아니라, 고속철도의 한계를 피해 산업도시로 생존해 온 도시다.
경부고속철도는 도시 접근형 철도가 아니었다.
서울과 부산을 가장 빠르게 잇는 국가 간선망이었고, 직선성·속도·최소 정차가 절대 기준이었다.
산업단지와 주거지가 밀집된 구미 도심은 구조적으로 고속철도와 맞지 않았다.
만약 당시 구미 도심으로 KTX를 끌어들였다면 대규모 철거와 소음·진동 민원, 산업단지 훼손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교통 편의는 늘었을지 모르나, 산업도시로서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구미는 KTX를 놓친 도시가 아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 20여 년간의 선택에 있다.
정치권은 ‘정차’라는 상징적 요구에 매달렸고, 시민사회 역시 보다 근본적인 철도 구조 논의를 충분히 요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구미의 중장기 철도 전략은 비어 있었고, 그 결과 1905년 철도 개통 이후 12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신규 철도 노선도 신설하지 못한 도시로 남았다.
5개 국가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연간 300억 달러 안팎의 수출을 책임져 온 산업도시가 철도 인프라만 놓고 보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개별 지자체의 한계를 넘어 국가 정책의 맹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군위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공항 이전이 아니라 영남권 공간 구조를 다시 짜는 국가적 전환점이다.
공항이 생기면 길이 바뀌고, 길이 바뀌면 산업의 흐름도 바뀐다.
이 지점에서 구미의 철도 전략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더 이상 ‘정차를 요구하는 도시’가 아니라, 신공항과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철도 네트워크의 핵심 축을 설계해야 한다.
김천에서 구미를 거쳐 동구미로, 그리고 군위 신공항으로 이어지는 철도 축은 속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업·물류·인구 이동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선로를 최대한 활용해 사업비 부담은 낮고, 경제성은 높다는 점 역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기준에 부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노선이 구미만을 위한 철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천과 구미, 의성과 군위를 잇는 이 축은 경북 중서부권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시설이다.
신공항 접근성은 곧 기업 입지 경쟁력이고, 이는 다시 수출과 고용으로 이어진다.
만약 신공항 시대를 앞두고도 구미의 철도 공백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그 피해는 특정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경북 전체가 감당해야 할 손실이 된다.
공항은 있는데, 산업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과거의 KTX 논쟁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미래 철도 전략을 세울 것인가. 구미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해 온 핵심 거점도시로서 신공항 시대에 걸맞은 최소한의 철도 연결성이다.
구미는 KTX를 놓친 도시가 아니다.
이제는 군위 신공항 시대를 대비한 철도 계획으로 국가 산업도시의 역할을 다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