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누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성취를 말하는 이도 있고, 실수와 후회를 되짚으며 새해를 준비하는 이도 있다. 연말은 원래 그런 시간이다.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의 풍경은 어딘가 다르다. 돌아봄보다 계산이 앞서고, 성찰보다 출마 선언이 먼저다. 2022년 선거를 통해 시장과 시·도의원이 되었던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민의 선택으로 권한을 위임받았고 4년이라는 시간을 부여받았지만, 그 시간이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남았는지는 의문이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흔적을 남겼고, 누군가는 자리를 지켰을 뿐이지만, 다시 나서겠다는 결론만큼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 지점에서 묻게 된다. 그 4년 동안 시민의 삶에 무엇이 남았는가. 회의 횟수나 행사 사진이 아니라, 시민이 어려웠던 순간에 그 이름이 떠올랐는지, 그 목소리가 기억에 남았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못한 채 출마를 말하는 순간, 정치의 출발선은 이미 흐려진다.
이제 논의는 재출마자에서 정치신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흔히 들리는 말이 있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 봉사를 오래 했다고 말하고, 정치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공천권자인 국회의원과 찍은 사진의 숫자를 은근히 내세운다. 당 심부름을 누구보다 성실히 했다고, 조직이 많다고, 정치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묶으면 결국 한 가지 착각으로 귀결된다. 정치를 봉사로 오해하는 것이다. 봉사는 선의의 영역이고, 정치는 선택과 책임, 그리고 결과의 영역이다.
봉사를 많이 했다는 사실이 정치적 판단 능력을 자동으로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사진은 기록일 뿐 실적이 아니고, 당 활동은 참여일 수는 있어도 정책 능력의 증거는 아니다. 조직의 숫자가 힘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조직이 시민의 삶을 바꿨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더 위험한 착각은 공천권자와의 거리다. 누구와 얼마나 자주 서 있었는지가 정치적 자격처럼 소비되는 순간, 정치는 위에서 내려오는 상처럼 변질된다. 하지만 정치는 본래 아래에서 버텨내야 하는 자리다. 가까웠던 사람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잊는 순간, 출마는 명분을 잃는다.
재출마자든 정치신인이든 지방선거를 말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자리를 원하는가, 아니면 그 자리가 요구하는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치는 ‘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되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제 2025년이 하루 남았다. 날씨는 차갑고, 시민의 기억은 그보다 더 냉정하다. 출마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자격을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둔 이 겨울, 정치가 다시 부끄러움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답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의 깊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