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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떠나보내며, 병오년 새해에 품는 작은 바람

정수대전과 임대일 화백을 다시 떠올리다

기사입력 2025-12-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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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떠나보내는 이 시기, 우리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잊고 살았는가.”
 

구미의 문화 현장을 돌아보며 필자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는 질문 역시 그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정수(正修)대전을 떠올릴 때면, 성과와 외형의 성장 이면에 정작 기억되지 못한 이름 하나가 겹쳐진다. 바로 이 대전을 자비로 시작하고, 끝까지 지켜냈던 임대일 화백이다.

 



정수대전은 어느덧 26회를 지나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수대전이 과연 정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억을 남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정수대전은 작가보다 시상식에 참석한 정치인과 지역 기관장들의 얼굴이 더 또렷이 기억되는 행사로 소비되고 있지는 않은가. 매년 반복되는 축사와 기념촬영, 형식적인 퍼포먼스만 남고, 정작 이 대전을 탄생시킨 한 예술가의 이름과 정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면, 그것은 문화행사의 성장이 아니라 정신의 공백일 뿐이다.

 

초대 이사장이었음에도 그의 이름을 딴 상 하나 없고, 그가 감당했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개인의 명예를 요구하지 않고 지역을 선택했던 한 예술가의 삶이, 시간이 흐르며 행사 진행의 배경으로 밀려난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연말은 반성의 시간이고, 새해는 선택의 시간이다.

다가오는 병오년 새해, 필자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27회 정수대전부터라도 초대 이사장 임대일 상을 제정해 정수대전의 뿌리와 정신을 공식적으로 기록하자는 것이다. 이는 누구를 위한 특혜도,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다. 정수대전이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사람의 정신 위에 세워진 문화유산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아울러 구미, 특히 선산 지역을 중심으로 공덕비나 기념 표석 조성 역시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는 한 개인을 추모하는 문제가 아니라, 구미가 정치적 이벤트보다 문화의 뿌리를 먼저 기억하는 도시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문화는 박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억으로 남을 때 비로소 문화가 된다.

 

한 해를 떠나보내며, 병오년 새해에는 정수대전이 정치적 퍼포먼스의 무대가 아니라, 예술과 헌신의 이름이 먼저 불리는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정수대전이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면, 그 시작을 만든 사람의 이름부터 바로 세우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연말에 글을 쓰는 한 필자의, 조용하지만 분명한 바람이다.

 

최현영/기자 (gbinews94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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