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해(경상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겸 경북대구행정통합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1952년 첫 지방선거로 출발한 대한민국 지방의회는 군사정권 시절 30년의 공백기를 지나 1991년 부활했다. 이후 지방의회는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서도 지방자치의 뿌리를 키워왔고, 경상북도의회 역시 숱한 변화와 도전을 거쳐 오늘의 제12대 의회에 이르렀다.
특히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2022년 시행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크게 높인 전환점이었다.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 도입, 겸직 제한 강화 등은 지방의회가 명실상부한 의결기관이자 감시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난 33년간 지방의회 현장을 지켜본 경험으로 볼 때, 제도의 변화만으로 지방의회가 완전한 ‘작동하는 의회’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방행정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정책을 생산하는 의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필자는 퇴임을 앞두고 다음 세 가지 과제를 다음 세대 지방의회에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대에 대비한 의회의 견제 장치 강화다.
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통합 이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단체장에 대한 견제 장치 역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광역단위가 확대되면 예산과 인사, 조직 권한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시·통제해야 할 의회의 구조와 권한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특정 정당이 의회를 사실상 독점하는 정치 지형에서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형식에 그칠 우려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최소 20% 이상 확대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대표성과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하고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 행정통합의 성공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권력 집중을 견제할 민주적 장치 마련에 달려 있다.
둘째, 광역의원 정수의 유지와 합리적 확대가 필요하다.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대표성은 축소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 이후 경북도의회 의석은 60석으로 줄었고, 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일부 시군은 추가 축소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경북은 면적이 넓고 농촌지역이 많은 만큼 도의원 한 명이 수십 개 읍·면을 담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은 시·도별 지역구 의원 정수를 자치구·시·군 수의 2배로 하되 인구와 행정 여건 등을 고려해 ±2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남의 경우 조정폭을 적극 활용해 61석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경북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북 역시 조정 범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광역의원 정수를 합리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대표성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책지원 체계의 실질적 강화다.
2022년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는 지방의회의 입법과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제도였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광역의회는 의원 2명당 1명 수준의 정책지원 인력만 배치하고 있어, 도정질문과 조례 제·개정, 예산결산 심사 등 급증하는 의정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행정부가 수천 명의 공무원 조직을 통해 정책을 생산하는 현실에서 지방의회가 최소한의 인력으로 이를 모두 검증하고 견제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보좌 인력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어야 한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던 당시 회의장의 공기를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답을 찾겠다”던 그 다짐은 3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방의회가 진정한 주민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감시 역량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과 다양한 민의를 담아낼 선거제도, 그리고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치의 절박함이 필요하다.
비록 필자는 오랜 의회 생활을 마무리하지만 지방자치는 멈추지 않는다. 다음 세대의 경상북도의회가 더 강하고 더 공정하며, 무엇보다 주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지방의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사랑해 온 한 공직자의 마지막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