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와 대구시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전·후공정 투자 발표와 관련해 국가전략산업 정책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산업 경쟁력과 시장 원칙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경북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은 환영하지만, 반도체 팹(Fab) 입지 선정은 산업 생태계와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고려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상에 따른 광주·전남 첨단 패키징(후공정) 팹 조성은 존중하지만, 전공정 팹 제조시설까지 지정한 것은 전력과 산업용수, 협력업체 생태계, 전문인력, 물류체계 등 핵심 입지 여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발표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정과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등 국가가 쌓아온 산업정책의 일관성을 흔드는 조치"라며 "호남권에 전공정 팹까지 들어설 경우 대구·경북의 470여 개 반도체 관련 기업과 협력업체들의 연쇄 이전으로 지역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은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nC 등 반도체 앵커기업과 1,700여 개 소부장 전문기업, 풍부한 전력과 산업용수,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춘 국내 최적의 반도체 생산 기반"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미 검증된 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자율적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도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발표는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국가균열발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입지 선정 기준과 평가 과정, 검토 결과를 국민과 주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 당선인은 "국가전략산업 입지는 시장과 경쟁력이 결정해야 한다"며 "대구·경북이 검토 대상이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명확히 공개해야 하며, 국회도 '첨단산업단지 입지 검증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사결정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구·경북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국회가 직접 대구·경북의 산업 경쟁력을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은 "국가전략산업이 특정 지역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까지 포함해 정책 결정 과정의 외압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구자근 의원도 "정부가 특정 지역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