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잃은 것이 아니라, 준비하지 못하면 구미의 미래를 잃는다
정부와 삼성, SK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발표를 바라보는 구미 시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오랫동안 기대했던 대규모 반도체 팹(Fab) 유치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결과가 아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도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다면 구미는 다음 기회마저 잃게 된다.
8년 전 SK하이닉스 유치전에서도 구미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한 번 지역의 숙원사업이 기대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전쟁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 번의 투자로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추가 투자와 증설, 소재·부품·장비 기업, AI 반도체 기업 유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준비된 도시만이 다음 기회를 잡는다.
무엇보다 구미시는 즉시 '반도체 미래전략 특별TF'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계산을 버리는 것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전직 국회의원이든 전직 시장이든, 기업인이든 교수든, 중앙부처 출신이든, 심지어 훗날 선거에서 경쟁할 수도 있는 잠재적 경쟁상대라 하더라도 구미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모두 참여를 요청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문제 앞에서는 정당도, 계파도, 선거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
'내 사람이냐, 네 사람이냐'를 따질 시간이 아니다.
'구미를 살릴 사람이냐'만 따져야 한다.
기업은 정치가 아니라 도시의 역량을 본다. 지역사회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도시를 선택한다.
지역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정치인의 편을 드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시민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역 언론이 편 가르기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일수록 시민의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시민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서로 비난하고 댓글로 싸울 것이 아니라, 구미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결집이다.
이번 발표는 분명 아쉽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한다면 구미는 단지 반도체 공장 하나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중심도시라는 꿈까지 잃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구미가 다시 도전하는 도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실패를 이야기하는 도시에 머물 것인지는 정치권과 행정, 기업, 언론, 그리고 시민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음 기회는 기다리는 도시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도시에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