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출발한 전남 해남 솔라시도 사업이 당초 계획했던 관광·문화시설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골프장 위주로 개발되고, 대규모 부지가 대기업의 AI 인프라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어서 사업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자근 국회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솔라시도 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은 관광·레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수차례 변경됐다.
솔라시도 사업은 지난 2006년 시작됐다. BS그룹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총 2,186만㎡(약 661만평)의 부지를 확보해 개발에 나섰으며, 당시 개발계획 승인 고시에 따른 토지 매입비는 2,780억원이었다.
당초 관광과 산업·연구 기능을 비롯해 주택·교육·의료·문화시설을 갖춘 자족형 복합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테마파크와 마리나, 숙박·주거·교육시설 등 핵심 시설 상당수가 조성되지 않거나 계획에서 제외됐다.
F1 경기장이 들어섰지만 기반시설과 운영 여건 부족 등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카지노 역시 계획에 그쳤다. 현재 대표적인 관광시설로는 골프장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구 의원 측의 설명이다.
사업 방향도 시대별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2016년 이후에는 태양광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됐으며, 2024년에는 정부 지역공약사업과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 계획에 따라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다시 변경됐다. 데이터센터 입주에 필요한 변전소도 계획에 추가됐다.
현재 이곳에는 삼성SDS가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SDS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문화도시 조성을 명분으로 확보한 대규모 부지가 골프장과 국책 에너지사업 등을 거쳐 가치가 상승한 뒤 대기업 대상 토지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민간 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 거래가격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해남군은 2023년 12월 BS그룹의 SPC로부터 7만2,000㎡ 규모의 부지를 평당 55만원, 총 119억원에 매입해 일부를 김치원료공급단지로 조성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해당 SPC가 인근 16만5,480㎡ 부지를 자회사에 평당 8만원에 거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남군의 토지 매입가격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자근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당시 취지는 민간기업이 자발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산업·연구·관광·레저 분야 등을 직접 개발·운영하는 데 있었다”며 “그러나 기업이 제대로 투자한 것은 미미하고 국책사업을 통한 부동산 수익만 노리는 것 아닌지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