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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그 길을 다시 걷다

파독간호사 60주년 맞아 독일 찾은 민간봉사단

기사입력 2026-09-0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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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니라 우리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63년 전 광부, 60년 전 간호사

그들의 값진 노동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 이제 고국의 마음을 전하다.

 

 


60년 전 대한민국을 떠났던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지난 29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민간 봉사단은 독일로 향했다. 목적지는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크, 에센. 60년 전 파독간호사들이 대한민국을 떠나 낯선 독일 땅으로 향했던 길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봉사단원들은 독일 땅을 밟으면서 단순히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는 생각보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따라 그들이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본다는 마음으로 현지 동포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감정을 마주했다.

도움을 주러 간 줄 알았던 봉사단이 오히려 그들에게서 더 큰 위로와 감동을 받고 돌아오는 순간들이었다.

 

 


63년 전 광부, 60년 전 간호사대한민국의 청춘이 독일로 갔다.

지금으로부터 63년 전, 대한민국의 젊은 광부들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60년 전에는 젊은 간호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가난했던 조국을 위해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낯선 타국으로 떠났다.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고 생활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자신의 젊음을 바쳤다.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 뒤에는 바로 그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이름 없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노동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이제는 고국이 찾아갔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했고, 당시 독일로 떠났던 젊은이들도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노년이 됐다.

 

과거에는 독일에서 일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땀을 흘렸던 사람들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덕분에 고국에서 살아온 봉사단이 직접 독일을 찾아가 작은 손길을 건넨 것이다.

 

그것이 이번 민간봉사단의 출발이었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뒤 봉사단원들이 느낀 감정은 예상과 달랐다미용봉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이 단순한 봉사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동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손을 잡는 순간 오히려 봉사단원들의 마음이 더 먹먹해졌다.

 


 

 

 

우리가 이분들에게 무언가를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분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이번 여정은 그런 생각을 갖게 했다.

 

독일 동포사회 최초의 미용봉사·청춘사진 촬영

봉사단은 31일부터 프랑크푸르트 문화회관에서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다.파독간호사와 현지 한인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미용봉사와 청춘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함부르크를 거쳐 에센으로 이동해 파독광부기념관과 한인회관에서도 이틀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특히 이번 미용봉사와 청춘사진 촬영은 독일 동포사회에서 처음 시도된 형태의 봉사활동이라는 점에서 현지 교민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현지 시각 4일 오후 2시까지 모두 120여 명이 미용봉사와 청춘사진 촬영에 참여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머리를 다듬고 단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웃음이 피어났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봉사단원들과 동포들 사이에서는 지난 60년의 이야기가 오갔다.



젊은 시절 독일로 건너왔던 이야기,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이야기, 독일에서 살아온 이야기.한 장의 사진을 찍는 동안 수십 년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청춘을 다시 선물받은 것 같다

청춘사진은 특히 파독간호사와 동포들에게 각별했다.

60년 전의 젊은 모습은 이제 사진 속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만, 이날만큼은 다시 자신을 가꾸고 카메라 앞에 섰다.

 



봉사단원들에게도 그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었다.

사진을 찍어드리면서 봉사단원들은 단순히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60년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현지 동포들이 보여준 감격과 고마움은 봉사단원들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돌아왔다.
고국에서 누군가 자신들을 기억하고, 먼 독일까지 찾아와 직접 손을 잡아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로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활동을 두고 봉사단 내부에서도 "우리가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위로를 받고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휴식도 잊은 봉사단60주년 기념식 준비까지

봉사단의 일정은 결코 여유롭지 않았다.

4일 오후 2시까지 미용봉사와 청춘사진 촬영을 진행한 뒤 오후 3시부터는 파독간호사협회 6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기념식장 무대와 현수막, 풍선 장식, 연회장 등을 준비하고, 파독광부기념관과 한인회관에서 진행되는 전야제 준비에도 힘을 보탰다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함부르크와 에센을 오가며 이어진 봉사활동에 행사 준비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쉴 틈 없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봉사단원들은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4일 전야제 준비를 끝으로 공식적인 봉사 일정은 마무리됐고, 5일에는 파독간호사협회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그들과 함께 60년의 역사를 기념한다.

 

이제는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그 길을 이어가야

이번 독일 방문은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이 만남을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봉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동포사회에 더욱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파독간호사와 광부 세대처럼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던 동포들에게는 단순한 기념행사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교류가 필요하다.


 


 

미용, 사진, 문화, 예술, 의료, 복지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봉사단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해외 동포사회를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타향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동포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국에서 누군가 찾아와 손을 잡아주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어주는 것.

그 자체가 타향살이에 지친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60년 전에는 그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떠났고,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찾아간다

63년 전 광부들이 독일로 떠났다.

60년 전에는 간호사들이 그 길을 따라갔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떠나 독일에서 땀 흘려 일했고, 가족을 위해 송금했으며, 가난했던 조국이 일어서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청춘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시 그 길을 따라 독일을 찾았다.

 

이번에는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미용봉사와 청춘사진 촬영은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손길에 담긴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머리를 다듬어 드리고 사진 한 장을 찍어드리는 동안 봉사단원들은 파독간호사와 광부들이 걸어온 60년의 세월을 마주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번 여정은 우리가 무엇을 베푸는 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에게 고국의 마음을 전하고,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삶에서 위로와 감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60년 전 대한민국의 청춘이 독일을 향해 떠났던 그 길.

이제 그 길을 경상북도 구미시 민간 장원봉사단이 다시 걸었다.

그 길의 끝에서 만난 것은 봉사가 아니라 감사였고, 도움을 주려던 마음은 오히려 더 큰 위로로 돌아왔다.

 

파독간호사 60주년.

이번 민간봉사단의 독일 방문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과 해외 동포사회를 잇는 지속적인 교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길을 함께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60년 전 그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걸었던 길을, 이제는 대한민국이 그들을 위해 걸어야 할 때다.

 

최현영/기자 (gbinews94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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